이끼를 공기정화에 활용하거나 moss graffiti 등 예술품에 적용하기 위해 이끼를 키우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끼를 부스러기 없이 얇게 걷어낼 수 있어야 하고, 걷어낸 후에 가위로 오려서 모양을 만들기 쉬워야 합니다. 이러한 방법을 찾기 위해 포장박스에 쓰이는 종이가 이끼를 키우는 배지로 적합한지 검토했습니다.
moss graffiti www.designboom.com/art/moss-graffiti-grows-on-walls-by-anna-garforth-09-30-2013/
재배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종합한방 수경재배용 비료로 약 300ppm 농도의 양액을 공급했다.
(2) 양액은 매일 주었고, 박스종이 위로 넘치지 않을 정도로 주었다.
(3) 빛은 주광색 LED로 공급했다.
(4) 비닐 봉투 속에 넣어 높은 습도를 유지했다. 양액을 줄 때와 사진을 찍을 때만 비닐봉투를 벗겼다.
1. 이끼와 박스 종이의 변화
처음 설치한 모습입니다. 여러 종류의 이끼 덩어리를 박스종이 위에 두었습니다.
10일쯤 지나서 박스종이에 검은색의 곰팡이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검은색의 곰팡이는 점점 넓어져 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끼가 저절로 생긴 곳도 있었습니다. 여러 종류의 식물이 자라는 덩어리에서는 식물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배지를 재생질석(사용한 후 다시 사용하는 질석)으로 하여 같은 양액을 주면서 이끼를 키우기도 했는데, 거기에서는 검은색 곰팡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곰팡이는 유기물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데, 종이의 원료가 유기물인 나무라서 곰팡이가 잘 생기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질석같은 배지는 유지물이 거의 없고, 양액도 무기물을 녹인 것이라 곰팡이가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라 생각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검은색 곰팡이가 점점 넓게 번져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른쪽 가운데를 보면 이끼가 있는 곳에서는 곰팡이가 더 퍼져나가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경계부가 띠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끼가 곰팡이의 확장을 저지하는 것일까요?
또 한가지 유심히 보아야 할 것이 포장박스 종이입니다. 포장박스 종이를 두 조각으로 잘라서 깔아 놓았는데, 왼쪽 조각 아래 쪽의 종이가 주저앉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 조각에서도 중간 쯤의 오른쪽이 주저앉았고 왼쪽은 작은 규모로 함몰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비에 젖은 포장박스 종이가 맥없이 구겨지고 주저앉아서 땅바닥에 찰싹 달라붙은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포장박스 종이를 배지로 사용하려고 하는 것인데, 주저앉아 납작해지면 양액을 잘 머금을 수 없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생깁니다.
종이와 이끼를 확대해 보면 이끼는 싱싱하게 잘 자람을 볼 수 있고, 종이는 많이 변해서 종이라기보다 입자가 작은 흙같아 보입니다. 원래 의도는 배지 위에 이끼가 자라면 함께 걷어내어 가위로 원하는 모양으로 오릴 수 있는 것이었는데, 종이가 이렇게 되면 가위로 오릴 수 있을 만큼의 넓이로 걷어낼 수 없다고 생각되어 이것은 포기하고, 수분을 잘 함유해서 이끼가 잘 자라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에 기대를 걸어보아야겠습니다.
종이가 주저앉고 젖은 가루처럼 되더니 이제는 저절로 뭉쳐지기 시작합니다. 이게 물리적인 현상인지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체에 의한 것인지는 몰라도 흩어져 있던 것이 저절로 뭉쳐지는 것이 신기합니다.
뭉치는 현상이 생긴 후 약 1개월이 지났습니다. 급격한 변화는 없지만 점점 종이를 이루던 물질이 줄어든다는 느낌이 듭니다. 더 조밀해지는 것인지 작은 생물체가 분해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종이였다고 생각하기 어려울만큼 많이 변해 있습니다.
또 약 40일이 지났습니다. 종이가루는 점점 얇아지고 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줄어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양액을 부으면 접시 전체로 퍼져나갔는데, 이제는 부어 준 근처에만 머뭅니다. 양액이 가지 못하는 곳은 마르고 둥근 구멍이 생겼습니다.
다시 약 3달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종이의 흔적은 트레이에 때가 낀 정도로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양액을 주지만 머금지를 못해서 양액을 준 곳만 양액이 뭉쳐있고 나머지 쪽으로 퍼져나가지 못합니다. 이끼도 점점 말라가고 있습니다. 박스 종이가 이끼를 키우기 위한 배지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2. 참고
(1) 비닐봉투를 씌우지 않고 기른 예 - 버섯파리 유충이 박스 종이와 신문지를 갉아 먹는다.
이끼를 기르는 데에 종이박스와 신문지를 배지로 사용하는 실험을 다른 플라스틱판에 병행했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이끼 위를 개방한 상태로 진행했습니다.
기른 후 5일 정도 지난 시점에서 박스 종이가 변형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표면이 보푸라기처럼 일어났고, 확대해서 보면 작은 구멍들도 보입니다. 신문지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남을 보았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원인을 찾았습니다! 양액이 고여있는 곳을 자세히 보니 버섯파리의 애벌레가 종이를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작은 구멍은 이놈들이 종이를 뚫고 지나가면서 생긴 것으로 생각됩니다.
버섯파리:
설치 후 약 2개월 지났습니다. 신문지와 박스종이 모두 양액을 주어도 잘 흡수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양액을 주는 근처에는 양액이 고이지만 다른 곳으로는 잘 스며들어가지 못했습니다.
(2) 박스 종이를 모종용 배지로 검토한 예
박스 종이는 긴 대롱이 나 있어 공기가 잘 드나들 수 있습니다. 박스 종이를 배지로 사용한다면 종이가 양액을 머금고 있어 뿌리가 종이로부터 양부을 흡수할 수 있고, 박스 종이에 길게 나 있는 구멍을 퉁해 공기의 공급이 잘 되어 좋은 배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포장박스 종이를 길게 잘라서 대롱이 상하로 향하도록 돌돌 말아서 살짝 묶었습니다. 그 위에 봉선화 씨앗을 올렸습니다. 뿌리가 나서 종이를 뚫고 들어갈 겁니다. 그랬을 때 배지로서 얼마나 좋은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약 10일이 지나 뿌리가 나왔습니다. 뿌리의 끝이 종이를 파 들어가고 있습니다. 뿌리털도 종이쪽으로 향하고 있고, 일부는 파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약 20일 후에 씨껍질이 벗겨지고 떡잎이 나려고 합니다. 굵은 뿌리 몇 개가 방사상으로 뻗어나가 종이 속으로 파고 들어 있습니다. 말아놓은 종이를 조심스럽게 풀어 보았습니다. 위 사진과 같이 뿌리가 종이를 뚫고 들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약 20일이 지났습니다. 본잎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자라는 모습은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시간이 아주 느리게 가는 것같이 보입니다. 봉선화는 성장이 빨라서 뿌리가 보이고 며칠 있으면 떡잎이 벌어지고, 또 며칠 있으면 본잎이 나는 식물인데, 실험에서는 씨앗을 심은지 약 50일이 지나서 본잎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니 성장이 아주 느린 편입니다.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봉선화가 자라는 데에 종이가 적합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약 50일 후 두 번째 본잎이 난 모습입니다. 씨앗을 심은 지 약 100일이 지난 시점에 이 모양이라면 배지로서 사용할 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배지에 검은 색의 곰팡이가 피어있고, 종이가 딱딱해지고 수분을 잘 흡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3) 우연히 알게 된 수경재배용 스펀지의 유용성
지층 방에 저면담배수법을 적용한 재배기가 있습니다. 거기에 인삼을 키우고 있었는데, 잎이 지고 난 후에도 그대로 두었습니다.
저면담배수법: constantdelights.com/post/ebb-and-flow
어느날 인삼이 어떻게 되었나 보려고 꺼내보니 인삼이 자라던 스펀지 위에 이끼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스펀지를 꺼내어서 조심스럽게 이끼를 떼어내니 아래 사진과 같이 깔끔하게 분리되었습니다. 유레카!
재현성이 있다면 스펀지에 이끼를 키워 분리한 다음 이끼로 모양을 만드는 데에 사용하거나, 처음부터 스펀지를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서 이끼가 그 모양대로 자라도록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는 설치가 간단한 DWC방식으로 실험해보고 있습니다. 잘되면 DWC방식으로 키우고, 잘 안되면 우선은 저면담배수법으로 키우면서 간단하면서도 잘 자라는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
스펀지를 사용하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1. 값이 싸다.
2. 잘라서 여러 개로 만들기 쉽다.
3. 실 등으로 고정이 쉽다.
4. 필요할 떄에 스펀지와 이끼가 깔끔하게 분리된다.
3. 결과
1. 포장박스 종이는 다음의 문제가 있다.
(1) 곰팡이가 피고, 곰팡이가 자라는 곳에는 이끼가 자라지 못한다.
(2)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종이가 주저앉아 양액을 보유하는 능력을 잃는다.
(3) 버섯파리가 종이를 갉아먹어 종이가 더 잘 주저앉게 만든다.
2. 포장박스 종이 뿐만 아니라 신문지도 위와 같은 문제점이 나타났다.
3. 포장박스 종이를 봉선화 모종을 키우는 데에 사용했을 때도 곰팡이가 피고 봉선화가 잘 자라지 못했다.
4. 저면담배수법을 사용하는 수경재배용 스펀지에서 이끼가 잘 자랐고, 깨끗하게 분리되었다.
4. 결과 검토
종이에 곰팡이가 피고 버섯파리 유충이 종이를 갉아먹는 것은 종이가 유기물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먹이가 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양액을 공급하여 이끼를 키우려고 할 때 적합한 배지는 유기물이 아닌 물질로 된 것을 쓰는 것이 추천된다. 무기물로 된 배지는 버미큘라이트, 펄라이트, 암면 등이 있다. 이외에 합성 고분자물질인 발포성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수경재배용 스펀지가 좋은 특성을 보였다.
5. 결론
1. 포장박스 종이와 신문지는 이끼를 키우거나 일반적인 식물을 키우는 배지로 부적합하다. 다른 종이도 그럴 것으로 생각된다.
2. 이끼를 기르기에 적합한 배지는 무기물이나 합성고분자 물질로 된 것으로 해야 한다.
6. 향후 계획
가장 가격이 저렴하고, 가공 및 변형하기 쉽고, 재사용이 가능한 스펀지를 이용하여 DWC, 저면담배수법 두 가지 방식으로 이끼 기르기를 검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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