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넣어둔 밤에서 싹이 나서 수경재배기의 포트 한 곳에 넣었습니다.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겠지... (2014.02.27)
보름이 넘어서 보니 다행히 뿌리와 싹이 나고 있습니다. (2014.03.18)
키가 계속 자라기 때문에 재배기에서 다른 잎채소와 키우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저면관수법을 이용하여 독방(?)에서 키우기로 하였습니다. 배지로는 난석을 썼습니다. (2014.04.18)
2014년 9월에 이사를 했고, 한 해가 지났습니다. 새로 들어온 집은 집에 빛이 잘 들어오지 않고 공간도 부족합니다. 다시 이사하기까지 이 기간은 식물을 키우기에는 환경이 좋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수경재배의 암흑기'였습니다. 다른 일에 신경을 쓰다보니 밤나무는 주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죽지 않게 돌보는 정도였습니다.
집에서 그나마 밝은 곳입니다. 약 2m의 거리를 두고 옆 건물이 있고 3층 중 2층이라서 햇빛이 직접 들어오지 않습니다. 오른쪽 검은 기둥이 장스탠드인데, 이것으로 식물들에게 빛을 공급하고 있지만 여전히 빛이 부족합니다. 안 좋은 여건 속에서도 줄기가 가늘지만 밤나무는 여전히 자라고 있습니다. (2015.06.28)
두 달 넘게 지났습니다. 이때는 자동관수에 관심을 가져서 밤나무 트레이 바깥에서 자동으로 양액을 공급하는 것을 실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2015.09.08)
2015년 9월에 또 이사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강북구 언덕 높은 곳에 옥상도 있는 오래된 집으로 갔습니다. 미아사거리가 아래로 내려다보이고 서쪽으로는 북한산 인수봉을 방해받지 않고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언덕 위이다 보니 바람이 강합니다. 그야말로 '폭풍의 언덕'입니다. 겨울 거센 바람을 실감하면서 한 해를 보내고 2016년을 맞이했습니다.
언덕 위에서 윙윙거리는 바람소리를 자주 들으며 겨울을 보내고 있는데, 어느날 밤나무 잎이 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사하면서 짐 속에 눌려서 줄기가 휘고 잎이 떨어지는 고초를 겪었지만 살아있다고, 살고 싶다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것도 한겨울에 싹이 난 것이 놀라웠습니다. 이때부터는 밤나무 사진을 자주 찍게 되었습니다.(2016.01.20)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있는 사진입니다. 양액이 줄어든 후 보충해야 하는데, 아침마다 이 수위가 되도록 양액을 보충했습니다. 식물이 어려서 뿌리가 아래로 내려오지 않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뿌리가 아래까지 내려오면 새 뿌리가 산소부족으로 죽게 됩니다. 별 생각없이 습관처럼 준 것이지요. ㅠㅠ. 지금은 아픈 경험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배지에 양액이 고여있게 하지 말 것! 식물을 죽이는 짓이다." (2016.01.30)
이젠 잎이 많이 자라 옆의 산세베리아와 친구하자 합니다. (2016.02.25)
봄이 왔습니다. 실내에서의 봄은 바깥보다는 희미하게 오지만 닫아놓았던 문을 열기도 하고, 보일러를 끄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나름대로 변화가 생기는 계절입니다 (2016.04.01)
여름이 되었습니다. 다른 식물처럼 밤나무도 싱그러움을 뽐냈습니다. 하지만 곧 닥쳐올 운명도 모르고 나무도 저도 좋아하기만 한 것 같습니다. (2016.07.05)
옮겨심으려고 꺼내보니 뿌리는 이미 흰색을 띤 것을 찾지 못할 정도로 죽어 있었습니다. 밤껍질이 그대로 달려 있네요. (2018.08.18)
옮겨 심었으나 잎이 마르는 현상은 계속되었고, 결국은 제 곁을 떠났습니다. 겨울에 새싹으로 저를 놀라게 했던 일과 싱그러운 잎으로 밤나무 그늘을 꿈꾸게 했던 추억을 남기고. (201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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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서 싹이 난 밤을 우연히 보았고, 무심히 수경재배기에 던져 놓았더니 싹이 났고, 두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이삿짐에 눌려 줄기가 휘어졌어도 살려고 의지를 보였었는데, 제가 겉모습만 보고 좋아하기만 했지 밤나무가 바라는 것을 해주지 못해 일찍 떠나게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같이 지내던 것이 떠나갈 때는 가슴이 아픈가봅니다...
밤나무를 키워보니 뿌리를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크기의 용기가 있다면 나무도 수경재배로 훌륭하게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