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별 수경재배 체험/쪽파

쪽파 (2019년 8월 - 2020년 9월)

플랜타트 2020. 9. 16. 09:11

  옥상에서 쪽파 키운 내용이 정리되어 올립니다.

 

 

1. 환경 및 조건

- 재배용기: 2.4L 플라스틱 꿀병을 사용했습니다. 아래쪽에 지름 5mm 구멍을 4개 뚫었습니다.

 

- 트레이: 30L 수납함을 사용했습니다.

 

- 배지:  다른 식물 키우고 남은 배지를 모아서 비를 맞힌 것을 다시 사용했습니다. 주 성분은 팽창질석(버미큘라이트; vermiculite)입니다. 

 

- 수경재배 방식: 저면급액법을 적용했습니다. 트레이 측면에 구멍을 뚫고 ㄱ자형 원터치피팅을 끼워 최대수위를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게 했습니다.

 

- : 물은 빗물저금통에 받은 빗물을 사용했습니다.

 

- 수경재배용 비료: 코씰에서 만든 종합한방 수경재배용 비료를 사용했습니다. 약 70L의 통에 빗물을 넣고 수경재배용 비료 A, B 각 30g씩 넣었습니다. 양액농도는 600~700ppm 정도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 양액 주는 방법: 트레이 속의 양액이 완전히 마른 후에 깊이 3cm 정도로 양액을 부었습니다.

 

 

2. 재배 과정

 

(1) 심기 (2019.08.25)

 

  집에서 굴러다니는 쪽파를 심었습니다. 재배용기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꿀병에 사용 후 모아둔 배지(주 성분이 버미큘라이트)를 담고 쪽파 종구를 푹푹 눌러 넣었습니다. 배지에 습기가 있어서 물은 별도로 주지 않았습니다. 오늘 안 주면 내일 줘도 되는 일. 이걸로 파종이 간단히 끝났습니다.

 

  쪽파 키우는 것에 대한 자료를 보면 쪽파 심는 것도 여러 가지 과정이 있습니다. 종구를 반나절 정도 햇볕에 말려라, 종구가 큰 것은 하나로, 작은 것은 2~3개 붙은 채로 쪼개어 다듬어라, 바스러지는 겉껍질은 문질러서 벗겨내어라, 잔뿌리를 잘라내고 줄기는 머리부분에서 바짝 잘라내어라, 심는 깊이를 2~3cm로 해라, 브라브라...

 

  제가 쪽파 키워서 팔 것도 아니고 굴러다니는 것 시험삼아 심어보는 거라 상식을 동원하여 실행했습니다. 종구는 파의 줄기 부분인데 아직 뿌리가 안 났으니 흙에 살짝 꽂아준다. 줄기는 줄기 역할 하고, 뿌리는 뿌리 역할 하라고. 

 

  아무튼 흙에 박아 넣었으니 심은 겁니다!

 

누가 알려주세요.

  뭔가 심을 때 항상 궁금하던 것. "씨앗 크기의 2배 깊이로 심어라." 뭐 이러는데, 여기서 더 쪼개어 두 가지 질문이 나옵니다.

 

1. 씨앗 크기를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 상추 씨앗은 길쭉합니다. 씨앗 크기의 기준은? 긴 길이? 짧은 길이? 교과에서는 어떻게 가르치나 알아보았습니다. 링크 livedown2.ebs.co.kr/ebsvod/elmt/live/%EB%A7%8C%EC%A0%90%EC%99%95%EA%B3%BC%ED%95%994-1-3%EC%A3%BC.pdf

  위 자료를 보면 p.50에 강낭콩의 크기는 가로 1.5cm, 세로 0.8cm라고 되어 있습니다. p.51에는 씨 심는 방법이 나오는데 "씨 크기의 두세 배 깊이로 씨를 심고"라고 되어 있습니다. 도대체 씨 크기는 무엇일까요? 기준이 없습니다. 긴 길이로 한다든가, 짧은 길이로 한다든가, 긴 길이와 짧은 길의 평균으로 한다든다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결국 실습할 때는 대충 하겠지요. 틀린 것도 아니고 맞는 것도 아니고...

 

2. 깊이는 무엇을 뜻할까? 깊이의 윗 기준점은 분명 흙의 표면 위의 한 점인 것은 문제가 없는데 아래쪽 한 점은 어디일까? 씨가 심어져 있다고 할 때 아래쪽 점은 씨앗의 중심일까, 윗 점에서 가장 가까운 점일까? 감 씨앗 처럼 납작하고 길쭉한 것은 기준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날 것인데,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공부를 덜해서 그런지 몰라도 설명하는 책을 본 적이 없고, 명쾌하게 말해주는 강사도 없습니다. 우리나라 문화로 가장 적합한 방법이 '옆사람 하는 것 보고 따라하기'로 하면 되는 것인가? ㅎ

 

  현재까지 가장 정확한 표현은 "몇 cm의 구멍을 파고 뿌리가 날 곳을 아래로 하여 씨앗을 넣어라"는 식의 표현인 것 같습니다.

 

 

(2) 자라는 과정

 

6일 후 (2019.08.31)
12일 후 (2019.09.06)
50일 후 (2019.10.14)

  심고, 자라고, 잘라먹는 기간이었습니다. 벌써 줄기가 여러 개로 나누어졌네요.

  10월에 제2회 성북생활문화주간이 있었습니다. 손이말하는테이블의 일원으로 미인도에 수경재배기를 전시했습니다. 덕분에 쪽파가 매스컴을 탔습니다.

 

전시할 식물이 미리 준비되지 않아 아래층에 쪽파를 전시했다. 이렇게 쉽게 옮길 수 있다는 것이 수경재배의 장점 중의 하나이다.

 

제2회 성북생활문화주간: sygc.kr/neighborhoods/3547

손이말하는테이블: https://cafe.naver.com/handyhandsonthetable

미인도: www.meindo.net/introduction

 

  이후 날씨가 추워지고 겨울이 왔습니다. 옥상에 올라갈 일 없이 몇 달이 지났습니다.

 

  다시 봄이 왔습니다.

 

다시 무성해진 쪽파 (2020.03.12)

   다른 일에 관심이 많이 가서 소홀히 했는데 어느날 보니 무성하게 자라 있네요. 작년 겨울을 지나면서 죽은 잎 사이로 새 잎이 나와 제법 자랐습니다. 

 

줄기가 여럿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2020.04.02)

 

포기가 나누어져 빽빽히 자라고 있다 (2020.04.09)

 

  이후 총채벌레의 피해가 커져서 '파가 죽으면 총채벌레도 죽거나 떠난다'는 생각으로 재배용기(꿀병)를 트레이(노란 수납함)에서 꺼내어 평상 위에 두고 양액공급을 중단했습니다. 이후 방치했습니다.

 

  제대로 키우려면 장마 전에 뽑아서 말려놓았다가 8월에 심어야 합니다. 귀차니즘이 이를 방해하는군요.

 

 

비를 맞은 후 싹이 나기 시작 (2020.07.03)

 

  비를 맞은 후 싹이 조금씩 나기 시작합니다. 쪽파 하나를 심어 이만큼 늘어났는데, 이대로 자란다면 터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다시 심을 것 몇 개는 뽑아놓고 그대로 놔두어 봅니다. 용기가 터지는지 쪽파가 잘 못 자라는지 확인해 보려고요. <-- 이건 핑게고, 실은 귀찮아서...

 

빽빽히 자라는 쪽파 (2020.07.25)
방치해 두어도 잘 자라는 쪽파 (2020.08.12)

  양액 공급을 끊은 지 오래되는데, 비를 맞고 쪽파가 무성히 자랍니다. 하지만 너무 빽빽히 자라다보니 잎이 가늡니다. 아내는 쪽파가 부추 같다고 그럽니다. 전에 뽑아둔 종구를 다시 심기로 마음먹었으니 이것들은 먹을 때까지 먹고 정리해야겠습니다.

 

쪽파 종구 심음 (2020.09.13)
쪽파 종구 4개를 심었습니다. (2020.09.13)

 

  보관하고 있던 쪽파 종구를 심었습니다. 필요할 때 조금씩 뜯어먹을 요량이면 4포기만 심어도 되겠다 싶어 금년에는 작년의 반만 심었습니다. 일부는 싹이 좀 나 있는 상태입니다. '싹을 바짝 자르고, 뿌리도 자르고...' <-- 이것, 금년도 무시.

 

 

9일 지난 후 (2020.09.22)

  쪽파의 싹이 나서 자라고 있습니다. 작년에 찍었던 사진의 재현 같습니다.

 

  한정된 옥상에서 키우고 싶은 모든 식물을 키울 수는 없습니다. 어떤 것은 퇴출 당하는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금년에 파프리카와 피망이 퇴출당해 내년부터는 키우지 않으려고 합니다. 열매가 더디게 열리고, 막상 열려도 잘 먹지 않게 되네요. 또, 뭉게지거나 해충이 구멍을 뚫어 놓은 것이 많습니다. 씨앗을 받아서 다시 심으면 싹이 나지 않는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피망이나 파프리카를 키울 바에야 고추를 키우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퇴출당하는 것이 있는가하면 환영받는 것도 있습니다. 금년에 처음 길러본 옥수수와 무화과는 키우기에 까다롭지 않음에도 큰 수확과 맛을 안겨주어 기쁨을 주었습니다. 내년에는 더 많이 키워야지요. 이런 식으로 매년 변화가 생깁니다. 

 

  쪽파는? 그냥 내버려두어도 겨울을 지나 다시 싹이 나기 때문에 거의 방치하다시피 키워도 잘 자랍니다. 그러한 훌륭한 적응력 때문에 목록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목록에서 지워지더라도 어느 구석에서 자라고 있을 놈입니다.

 

 

  이상, 옥상에서 쪽파 키운 이야기 들려드렸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