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19년 성북생활문화주간 "동네예술, 공간을 채우자" 행사로 길음시장 앞 지하보도에 있는 길음예술사랑방 벽면에 보리를 키운 내용이 정리되어 소개합니다.
1. 수량 계산
길음예술사랑방 벽면에 키울 식물은 보리로 정했습니다. 보리가 추위에 강하므로 겨울을 지나 봄까지 푸르름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위 사진에서 창과 문을 기준으로 오른쪽과 왼쪽에 대칭으로 재배기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왼쪽 재배기가 4대이니까 총 8대의 재배기를 설치합니다. 한 재배기당 8그루의 보리를 키울거니까 총 64그루의 보리를 준비해야 합니다.
2. 보리 준비하기
보리씨앗 심기
보리는 넉넉히 80그루를 목표로 심었습니다. 보리 씨앗은 암면플러그에 심었습니다.
4일 후
보리 싹이 났습니다. 심은 지 4일이 지난 때입니다. 2~3년 된 보리씨앗이라 그런지 싹이 나지 않은 것이 많네요. 불안한 마음에 버미큘라이트에도 잔뜩 심었는데, 싹이 올라옵니다.
일주일 후
파종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보리가 제법 자랐습니다.
9일 후
파종한 지 9일이 지났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 이제는 옮겨심을 일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3. 보리 옮겨심기
재배기를 설치하고 보리를 심었습니다.
재배기 설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보아주세요.
행사 일정에 따라 전시와 설치를 했습니다. 전시물 뒤로 벽면에 재배기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19.10.19-26 동안 있었던 전시 기간 중 전시물은 26일에 거두어졌고 벽면에 설치한 재배기는 그대로 남겨졌습니다.
4. 이후의 관리
원래의 계획은 행사가 끝난 이후에 길음예술사랑방에서 식물을 관리하는 것이었으나 2019년 12월부터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19로 인해 길음예술사랑방에도 회원이 오지 않게 되어 식물 관리가 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지나는 길에 살펴보니 아무도 보살피지 않았는데도 잘 자라고 있었으나 너무 키가 컸고 양액도 부족하여 한 번 가서 다듬어주고 양액을 보충하기로 했습니다.
2019년 12월 26일
두 달 동안이나 아무런 관리 없이 두었더니 양액은 거의 바닥을 보이고 보리는 너무 자라 선반 위를 비집고 올라가 있었습니다. 보리를 LED램프로부터 약 10cm 정도 아래까지 잘라주고 양액을 보충해 주었습니다.
2020년 1월 29일
또 한 달이 지나 1월말이 되었습니다. 지하보도에는 기온이 내려가는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지상에는 계절이 바뀌어 눈이 내려 쌓이는 겨울의 가운데에 있습니다. 설치한 작품에 명패를 붙여야겠다고 생각하여 유리공예가 송재홍 선생님께 부탁하여 명패를 만들었습니다. 누가 언제 어떤 일로 만든 것이라는 기록이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명패를 달려고 가 보니 한겨울에 보리의 이삭이 달려 있었습니다. 돌봐주지 않았지만 보리는 주어진 여건에서 충실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뭉클.
유리공예가 송재홍 선생님
https://www.instagram.com/moj9442song/
2020년 3월 4일
또 한 달이 지나 봄이 되었습니다. 근처에 갈 일이 있어 들렀는데 아무도 돌보지 않지만 보리는 꿋꿋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돌봐줄 수 없는 여건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2020년 3월 29일
또 한 달이 지나갑니다. 근처에 일이 있어 들러보니 보리가 모두 말라죽어 있었습니다. 양액은 바짝 말라 있었습니다. 이것으로 길음예술사랑방 벽면에서 보리를 키우는 일이 쓸쓸히 끝났습니다.
결론
1. 겨울에 지하보도에서 별도의 가온(heating) 없이 보리를 키울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2. 보리 씨앗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다음부터는 씨앗에 대해 품종, 입수한 곳, 입수한 시기, 채종시기 등에 대한 정보를 잘 관리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3. 이 경험을 살려 지하보도에 연중 식물이 자라는 '지하오솔길'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 내용으로 2020년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을 신청하여 1차 심사통과했으나 교통과에서 전기를 쓸 수 없다고 하여 안하기로 했습니다. 관이 협조해주면 저도 하지만 협조 안해주는 것을 굳이 저자세로 하기는 싫습니다. 성북구에 지하오솔길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