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2일
집사람이 집 앞에 채소를 기르고 싶어하여 집사람이 사 온 플라스틱 재배박스와 제가 구한 사과박스를 이용하여 상추를 비롯한 엽채류와 딸기를 심어 수확한 기념으로 사진 찍었습니다. 교습소 앞이라서 학생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꽃들도 심었습니다. 딸기는 꽃이 핀 후 열매가 맺히다가 골골하면서 말라죽더군요. 열매는 말라죽지만 꽃은 꾿꾿이 피길래 이 딸기는 관상용인가보다 생각했습니다. 할머니, 아주머니들은 지나가시다가 보기 좋다고 한 마디씩 하기도 하고, 할아버지와 아저씨, 학생들은 별 관심이 없더군요. 잊고 물 안줬다가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훈계 듣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매일 정신 바짝 차려야 했습니다.
짚 앞에서 키우다 보니 필요할 때 가위와 바구니를 들고 쪼르륵 나와 잘라서 가기가 편해서 좋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화단에 쓰레기가 들어와 있다는 것입니다. 담배꽁초, 플라스틱통 등 바람에 날리지 않는 것은 분명히 버린 것일테고, 비닐봉지와 같이 바람에 잘 날리는 것은 바람에 밀려와서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집앞에 유난히 비닐봉지와 같은 쓰레기가 많아 가만히 관찰해 보니 옆집이 앞쪽으로 불쑥 튀어나와 있어 바람이 불면 우리 집 앞에서 소용돌이가 생기면서 바람에 날리는 쓰레기가 쌓였습니다. 바람이 불면 집 앞 길의 쓰레기 중 많은 양이 우리 집 앞에 쌓입니다...
이런 식으로 흙에서 재배해 먹는 일을 당분간 했습니다. 그런데 주차난이 심한 동네라, 차들이 주차하기 위해 후진 하고 위태하게 피해가는 일로 인해 화분이 조금씩 부서지고 쓰레기까지 쌓였습니다. 2008년에 이사와서 처음으로 집 앞을 꾸며보자던 밝았던 마음이 어두워졌습니다.
2011년 10월
거름을 직접 만들고 싶어서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 동안의 자세한 과정은 기록이 남아있지 않고, 2011년 10월에 옮겨놓은 사진들만 남아 있습니다.
지성사에서 나온 [페트병 속의 생물학]이란 책을 보면서 페트병으로 거름을 만들어 보는 실험을 했습니다.
페트병에 낙엽, 포도껍질 등을 집어넣고 두었다가 초파리가 날아다니면 핀으로 구멍을 뜷은 마개를 씌웠습니다. 초파리가 너무 날아다니는 것을 막고, 초파리들이 페트병 속에서 번식하고 애벌레들이 유기물을 분해하도록 했습니다.
지렁이를 이용하여 거름을 만드는 모습입니다. 이 용기가 카파라 뭐라나 좋은 건데 이런 데 쓴다고 집사람한테 한소리 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른쪽 사진과 같이 균류가 자랐습니다.
스티로폼 박스에서 지렁이를 이용하여 거름을 만드는 모습입니다. 옆집에 모과나무가 있어 낙엽이 넘쳐납니다. 뚜껑을 덮어두었다가 열어보면 지렁이들이 만찬을 즐기다가 깜짝 놀라더군요.
이렇게 만든 거름으로 식물을 키울 생각이었습니다. 2012년 봄에 교습소(제가 과학교습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에 작은 화단을 만들고 꽃나무 세 그루를 심었는데,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9월에 작성한 기록이 있어 옮깁니다.
[금년 봄에 있었던 일입니다. 교습소 앞에 작은 화단을 만들었는데, 예쁜 꽃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 세 그루를 사서 심었습니다. 심고 물주고 다음날 보니 두 그루를 누군가 뽑아 갔습니다. 꽃나무까지 뽑아가는 사람도 다 있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후 나머지 한 그루도 없어졌습니다. 집사람은 희안한 사람도 다 있다며 허탈해 했습니다. 아들과 딸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아들은 감시카메라를 달아서 잡아야 한다고 했고, 딸은 가져가지 말라는 팻말을 써 놓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두 아이의 말을 듣고나니 저는 좀 기발한 생각이 들더군요. 제 생각은... 감시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면 그 사람의 얼굴을 동그랗게 오린 다음, 얼굴 옆에다 꽃잎을 그려 붙이고 줄기와 잎도 붙여 그럴싸한 꽃나무를 만든 다음 그 화단에 심고 매일같이 물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 보고 싶은 생각은 기억에 남아있는데,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여름 장마에 꽃도, 사람도, 마음도 다 씻겨갔습니다.
여름에 감고 올라가는 식물이 있어 잘 타고 올라가라고 알루미늄 막대를 박아 두었는데, 빼갔습니다. 빗물 내려오는 곳에 물이 튀어서 고추장 철통 큰 것을 받쳐두었는데, 없어졌습니다. 가난한 할머니들이 종이와 재활용품을 주으러 다니시는데, 좋은 재활용품으로 보이셨나 봅니다. 우리집 철문까지 재활용품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은 화단에 꽃나무든 잡초든 가리지 않고 물주고 잘 기르고 있습니다. "싫다고 베어 버리려면 풀 아닌 게 없고, 좋다고 보아 취하려니 모두가 꽃이로다 (惡將除去無非草 好取看來總是花)"란 글귀대로 바람따라 와서 자란 들풀의 꽃을 감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나서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위의 방법으로 하면 항상 수분을 흡수하여 싹 틔우기에는 좋으나 나중에 한 포기씩 분리하여 포트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씨앗를 많이 틔울 수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솜이나 스펀지 조각에 씨앗을 두 개 정도 올려서 싹을 틔우는 것이 좋습니다. 위의 방법은 다른 데에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열무가 크게 자라서 집사람에게 자랑했더니 열무가 이렇게 크게 자라면 억세어서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의기소침함을 뒤로 하고 열무를 잘라서 직접 김치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입 안에서 열무 따로 소금물 따로 노는 것 같은 맛없음에 몇 조각 억지로 먹다가 결국 버렸습니다. 하지만 수경재배로 식물이 잘 자란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수경재배 일반 > 이야기 · 소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북4구 도시농업 발전을 위한 명사 특강 (0) | 2016.02.28 |
---|---|
성북창의방앗간 지역문화예술 아카데미(2014.12.21-2016.02.01) (0) | 2016.02.02 |
동대문 디자인 전시회_2015-12-06 (0) | 2015.12.28 |
동북 4구 특화 프리마켓 조성을 위한 50인 아이디어 워크숍 (0) | 2015.12.22 |
수경재배를 하게 된 이야기(2) (0) | 2014.03.24 |